Page 164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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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동파는 그녀가 죽은 지 3년 후 그녀
          의 사촌 동생 왕윤지와 재혼했습니다. 그리고 왕불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이 되는 날,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시를 쓴 것입니다. 그녀의 무덤가에 소

          동파는 소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러니까 ‘키 작은 소나무 서 있던 언

          덕’이란 바로 그녀가 묻힌 언덕을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모릅니다. 배가 부른 사람은 배
          고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몸이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슬픈 경험을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배우자를 잃거나, 배우자를 남기고 떠나가는 일은 누구
          나 살면서 한 번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 같은 슬픔을 겪은 사
          람은 아마도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릴 것입니다.

           소동파의 「강성자」는 중국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김용(1924~2018)의 무

                                                                5)
          협지 『신조협려』에 인용되어 수많은 독자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남자 주
          인공 양과가 16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염정곡에서 소룡녀(여자 주인공)를 기다
          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하룻밤을 새우는 정경입니다.




              “한밤중 깊은 꿈에 문득 고향으로 돌아갔지. 작은 집 창가에서 빗
              질하며 단장하고 있던 그대, 말없이 돌아보며, 그저 천 줄기 눈물
              만 흐르네. 해마다 애간장 끊어지는 곳 생각나니, 달 밝은 밤, 키

              작은 소나무 옆에 서 있던 언덕일세.”

              여기까지 읊고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왔다.               6)



          5)  국내에 1986년 번역된 『영웅문』(『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의 사조 삼부곡)은 당시 무려 800만 부가 팔
           렸다. 대만, 중국에서 팔린 부수를 포함하면 몇억 부가 될 것이다.
          6) 金庸, 『神雕俠侶』, 「明報」(1959~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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