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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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술자리에서 스스로 자리를 떠날 수 있는 것도 백척간두에서 걷
             는 것처럼 굉장한 일이라고 『채근담』은 말해 줍니다.
               공안이란 원래 알 수 없는 질문으로 생각을 끊게끔 하기 위한 것이기 때

             문에, 공안집을 읽어보면 난해한 어구에 정신이 멍해져서 선문답의 경계

             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천 줄기 눈물만 흐르네




               집착을 버리기는커녕 집착 때문에 무한한 번뇌 속에서 헤매는 중생의 수
             준에서는 소동파(1036~1101)의 「강성자江城子」 가 훨씬 더 가슴을 뭉클하게
                                                   3)
             합니다. 번뇌의 근원이긴 하지만 애착은 물과 같아서 생사를 윤택하게 합

             니다. 중생은 역시 신선보다는 원앙이 부러운 존재입니다.



                  한밤중 그윽한 꿈속에 문득 고향으로 돌아갔네
                  작은 집 창가에서 빗질하며 단장하고 있던 그대

                  말없이 돌아보며 그저 천 줄기 눈물만 흐르네

                  해마다 그리움으로 애간장이 끊어지는 곳
                  달 밝은 밤, 키 작은 소나무 서 있던 언덕         4)



               소동파는 열여덟 살 때 열다섯 살의 왕불과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스물




             3)  사詞는 본래 노래 가사였다. 그래서 제목은 언제나 악곡 명을 쓴다. 악곡 명을 따른 사의 제목을 사패詞
               牌라 부른다. 사는 평측의 운율이 미리 정해져 있어 쓰기 어려운 시이다. 강성자는 사패詞牌이며 곡조
               의 명칭이므로 별도의 부제를 붙여 시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다.
             4)  蘇軾, 『蘇東坡全集』, 江城子·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 夜來幽夢忽還鄕 小軒窓 正梳妝 相顧無言 惟有
               淚千行 料得年年腸斷處 明月夜 短松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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