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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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누렸던 사랑은 얼마나 아
             름다운지 모릅니다. 중생은 그 사
             랑 속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별 후, 창자가 끊어지

             는  듯한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 어떻게 혼자 살아 내는지 그 방
             법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말없이 흘리는 천 줄기 눈물이 그

             슬픔을 어느 정도 위로해 주지 않을
             까 짐작할 뿐입니다. 울면서 걸어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것은 중생

             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입니다. 옛날

             얼굴을 보고 싶으나 돌아갈 수 없어
                                               사진 6. 바위로 울퉁불퉁한 하산길.
             서 괴로운 영혼이자 눈앞에 없는 것
             을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려오는 산길에는 여전히 벌레가 달라붙고 풀쐐

             기들은 실을 늘어뜨리며 내려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새들이 끊임
             없이 노래합니다. 내려오는 길도 온통 바위투성이입니다. 로프가 없으면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내려오기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산기슭에는 철쭉이 만발했습니다. 철쭉꽃 위로 나비들이 날아갑니다.

             나비가 앉았다 날아가면 철쭉꽃이 무게를 못 이기고 휘청합니다. 나비들
             이 꽃가루를 다리에 묻힌 채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가는 봄날. 꽃과 나
             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저 삶의 설렘처럼 모든 생명은 영원 속으로 뿌리

             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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