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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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와 성의 관계를 ‘사구분별四句分別(catuṣkoti)’의
                                형식을 빌려 분석하고 있는 흥미로운 논문도 나
                                왔다. 5)

                                  그리스어 ‘tetralemma’로 번역되는 사구분별

                                은 네 가지 논리적 가능성, 즉 “~이다[有]; ~아니
                                다[無];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亦有亦無];

          사진 3.  에이미 파리르 란젠버그   ~이지도 않고~아니지도 않다[非有非無]”라는 논
              Ami Paris Langenberg.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위대한 불교 철학

          자인 나가르주나(Nāgārjuna, 龍樹)가 즐겨 사용했던 논증 방식이기도 하다.
          저자인 란젠버그Langenberg에 따르면 불교와 성의 관계는 이 네 가지 범주
          모두에 해당할 만큼 실로 다양한 역사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비유하자면 ‘불교’는 완전히 정착한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장소, 시간,

          경전, 언어, 문화와 사회적 맥락을 공유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형성, 변화,
          발전해 온 살아있는 사물인 것이다.  불교의 ‘성’도 그런 과정을 동시에 경
                                        6)
          험하면서 실로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품게 되었을 것으로 본다. 말하자면

          불교의 성은 부정적이기도 했고; 긍정적이기도 했으며; 부정적이기도 하

          고 긍정적이기도 했으며; 부정적이지도 않고 긍정적이지 않기도 했다.  따
                                                                    7)
          라서 불교와 성의 관계는 위의 네 가지 측면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우리가 불교의 성적 입장을 두고 섣부른 성격 규

          정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5)  Amy  Paris  Langenberg(2015),  “Sex  and  Sexuality  in  Buddhism:  A  Tetralemma”,  Religion
           Compass 9/9. 276-286.
          6) Langenberg(2015), 285.
          7)  허남결, 「불교와 성:수행의 영역인가, 행복의 영역인가」, 『종학연구』 7집(동국대학교 종학연구소, 2022), 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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