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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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성과 인간의 성: 삶의 목적은 수행인가, 행복인가


               오늘날의 성은 이전처럼 엄격한 계율이나 도덕의 영역이 아니라 점차 개

             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권리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자신의 개

             인적 행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주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다. 그런 만큼 불교에서도 성의 욕망을 깨달음의 방해물이 아니라 행복의
             동반자로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교학적 근거를 마련할 때가 되었다. 이

             는 출, 재가자의 성 윤리가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

             미이기도 하다. 이웃 종교 기관인 교회와 성당에서는 성과 결혼에 대한 담
             론이 일상적이지만, 사찰에서는 감히 그런 프로그램을 준비할 엄두를 내
             지 못하는 것 같다.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산사 음악회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빼앗아 가 버린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붓다는 깨달음의 길에 가장 큰 장애가 성적 욕망이라고 가르
             쳤다. 그만큼 성은 무섭고 위험한 본능인가 하면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불교의 성

             이 ‘종교적 수행의 영역’으로만 제한되는 것도 ‘개인적 행복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는 것도 모두 경계해야 할 세상에 살고 있다. 성이 금지되는 독신 출
             가자가 있는가 하면 성이 허용되는 미, 기혼 재가자도 있다. 더욱이 동성
             애와 제3의 성도 인권의 관점에서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날이 갈수록 무성애자의 숫자도 끊임

             없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아예 성 자체에 관심이 없다. 문제는 그들도
             사부대중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불교가 성을 수행의 걸림돌로만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은 21세기의 미래지향적 종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성을 ‘수행’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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