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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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들으매 놀랍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변변하지 못한 토산물
              인 흑세마포 40필을 부의賻儀로 보내노니 받아주기 바란다. 또 예
              전에 전하가 사신을 보내 예물을 갖추고 법보法寶를 구하였었는데,

              이제 『대장경』 전부를 함에 넣어 사신에게 부쳐 명복을 빈다.”고 하

              였다.(『세종실록』 26년, 1444년 1월 10일)


           일본 국왕이 여러 차례 요구한 대장경을 보내주지 않다가 국왕의 사망

          을 계기로 부의품으로 대장경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외교는 양국

          간의 평화가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대장경 요구가 잦아지자 해인사에 있던 대장경판을 서울 근처 사
          찰로 옮기는 일이 논의되기도 했다.




              임금이 승지들에게 이르기를, “일본에서 매번 대장경판을 요청
              하니 우리나라에서 불교를 숭상하지 아니하여 이 경판이 지방에
              있으므로 억지로 청하다 보면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

              각했기 때문이리라. 지난날 이 경판을 요구할 적에 ‘우리나라에

              서 전해 내려온 국보를 가벼이 남에게 줄 수 없다.’고 대답하였더
              니 저들이 얻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 경판을 도성 근방인 회암사
              나 개경사 같은 곳에 옮겨 두면 저들도 이 사실을 듣고 우리나라

              의 대대로 전하는 보배라는 뜻을 알고 스스로 청구하지 않을 것

              이다. 다만 경판을 수송하는 폐단이 염려되니, 행정부에서 논의
              해보라.” 하니, 모두 말하기를 “수송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그 감
              독 관청으로 하여금 감찰하게 하고, 그 수령으로 하여금 맡아서 더

              럽히거나 손상시키지 못하게 하며, 수령이 교체될 때에는 장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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