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P. 157

밭 가운데에 의탁하면 스스로 곧으니, 구슬을 옷 속에서 더듬을 것
                  이요, 이웃에게 빌리는 것을 그만두었네.
                  담연 자약한 현계산의 선지식(도헌)이여! 열두 인연[十二因緣]이 헛된

                  꾸밈이 아니로다. 어찌 줄을 잡고 또한 말뚝을 박을 것이며, 어찌

                  종이에게 붓을 핥도록 하고 먹물을 머금게 할 것인가.
                  저들(도의와 홍척을 말함)이 혹 멀리서 배우고 돌아와 포복匍匐(활동하였
                  다는 뜻)했지만, 나(지증대사를 말함)는 앉아서 고요히 마적魔賊을 항복

                  받았노라.   1)



               “최치원에게는 분명한 ‘동인東人’ 의식이 있었다.”라는 최영성 교수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도헌은 신라 땅에 앉아서 고요히 마적을 항복 받

























             사진 4.  최치원이 머물렀다는 문경 야유암. 사진: 문경시청 블로그.


             1)  최치원,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문」. “北山義與南岳陟. 垂鵠翅與展鵬翼. 海外時來道難抑. 遠派
               禪河無壅塞. 蓬托麻中能自直. 珠探衣內休傍貳. 湛若賢溪善知識. 十二因緣匪虛飾. 何用攀兼
               附. 何用筆及含墨. 彼或遠學來匍匐. 我能靜坐降魔賊.”


                                                                         155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