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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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대답했다. 석상의 선법에 어떠한 특징이 있을 거라는 긍양의 관념을 도연
은 한 방에 무너뜨린 것이다. 이에 긍양은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하였다.
『전등록』 15권 ‘도오산 원지선사 법손’ 조에는 석상이 스승 도오원지道吾
圓智에게 ‘촉목보리觸目菩提’에 대해 묻자, 도오는 사미를 불러 “깨끗한 병에
물을 채워 오너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석상에게 다시 ‘무어라 물었지?’라
3)
고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 나온다. 석상은 ‘촉목보리’라는 세계를 관념적으
로 이해하려고 하였는데, 도오는 그러한 관념을 내려놓으면 일상 그대로
가 보리임을 석상에게 깨닫게 해 준 것이다.
긍양은 도연을 통하여 이러한 석상의 선법을 전해 받은 것이다. 석상의
선법은 긍양 이외에도 석상의 제자인 구봉도건으로부터 성주산문의 현
휘玄暉가 법을 받아 왔다. 따라서 긍양의 법맥은 마땅히 ‘조계혜능→청원행
사→석두희천→약산유엄→도오원지→석상경저→곡산도연→정진긍양’으
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몽유는 ‘도헌→양부→긍양’의
법계를 강조하고 있고, 더군다나 법랑과 신행으로부터 이어진 도헌의 법
맥을 쌍계사의 혜소에게서 법을 이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
은 광종이 자신의 불교계에 대한 정책을 긍양의 비문을 통하여 의도적으
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희양산문의 전승
긍양은 봉암사에서 935년부터 951년까지 머물렀고 다시 953년부터 956
년까지 머물다 입적하였다. 총 19년을 머물면서 봉암사를 중창하고 희양
3) 『경덕전등록』 권15. ‘潭州前道吾山圓智禪師法嗣’條, “師後參道吾問. 如何是觸目菩提. 道吾喚沙彌. 沙
彌應諾. 吾曰 添淨缾水著. 吾卻問師. 汝適來問什麽.師乃擧前問道吾便起去. 師從此惺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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