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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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생사에 유전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학인들이 언어 문자에 집착하고 얽매여 참다운 조사선의 종지를 잃고, 나
          아가 기봉機鋒도 잃게 되어 생사에 유전한다고 평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앞에서 고찰한 위앙종의 영우가 앙산에게 “『열반경涅槃經』

          40권 가운데 불설佛說이 얼마나 있고 마설魔說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묻
                                              6)
          자 앙산이 “모두 마설입니다.”라고 답한 것 과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
          다. 그리고 임제가 “세간과 출세간에 부처도 없고 법도 없으며, 또한 나타

          나지 않고, 또한 잃을 수도 없는 것이다. 설사 (부처와 법이) 있다고 해도 그

          것은 모두 명칭과 말과 문장일 뿐이다. 어린아이를 이끌기 위한 것이고, 병
                                                        7)
          에 따른 약을 시설施設하여 드러난 명구名句일 뿐이다.” 라고 비판하는 것
          과 같은 사상적 취지로 볼 수 있겠다.

            『인천안목』의 이 항목에서도 역시 명안의 다음과 같은 말이 추가되어 있다.



              묘함을 체득하고자 종宗을 잃었음은 언어의 길[語路]에서 막힌 것
              이고, 구句에서 종지宗旨를 잃었다. 기機가 끝내 어두워졌다는 것

              은 ‘기’가 어두워짐에 있어서 다만 말 가운데 종지가 원만하지 않다

              는 것이다. 구절구절 가운데 모름지기 말이 있음 가운데 말이 없
              고, 말이 없음 가운데 말이 있어야 비로소 묘지妙旨와 은밀한 원만
              함[密圓]을 얻는 것이다.     8)





          6)  [明]語風圓信·郭凝之編集, 『潭州潙山靈祐禪師語錄』(大正藏47, 578b), “師問仰山: 涅槃經四十卷,
           多少是佛說, 多少是魔說? 仰山云: 總是魔說.”
          7)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502b), “世與出世, 無佛, 無法, 亦不現前, 亦不曾失.
           設有者, 皆是名言章句. 接引小兒施設藥病, 表顯名句.”
          8)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3(大正藏48, 319a), “明安云: 體妙失宗者, 滯在語路, 句失宗旨. 機昧終始
           者, 謂當機暗昧, 只在語中, 宗旨不圓. 句句中須是有語中無語, 無語中有語, 始得妙旨密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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