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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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도겐이 창건한 교토 흥성사興聖寺.

           당시 막부의 실력자 호조 토끼요리의 청에 응해 가마쿠라에 머물기도 했지

          만 1년 뒤에 돌아왔다. 1253년 후사를 고운에조孤雲懐奘에게 맡기고 열반에 들

          었다. 그는 “54년 동안 제일천第一天을 비추었다. 이 발도  跳를 타파하고, 대
          천大千을 촉파触破했다. 아, 혼신渾身, 구할 곳이 없으니, 산채로 황천에 떨어지
          리라.”라는 유게를 남겼다. 그 뜻은 이것이 아닐까. 일생 동안 바른 불법을 온

          세상에 펼쳤다. 모든 번뇌를 돌파하고, 삼천대천세계를 깨뜨렸다. 이제 더 이

          상 구할 것이 없으니 살아 있는 채로 황천에나 가리라.
           그렇다면 도겐선의 궁극은 무엇일까. 핵심은 여정의 문하에서 체험한
          심신탈락에 있다. 깨달음도 상념에도 집착하지 않는 비사량非思量의 지관

          타좌에서 얻은 무비無比의 소득이다. 여정은 “참선은 심신의 탈락이다. 지

          관타좌하여야 얻을 수 있다. 소향, 예배, 수참, 간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고 했다. 이 체험은 주객미분의 상태에서 심신이 일치가 된 투명한 상
          태다. 밀교에서 말하는 즉신성불의 체현, 또는 니시다 기타로가 말하는 순

          수경험의 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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