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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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이는 석존, 가섭, 달마, 혜능도 모두 증 위에서 인도되어 왔다고 한다.
             (『정법안장』 변도화弁道話 편) 즉 깨달은 뒤의 수행인 오후수悟後修다. 그가 일찍

             이 품었던 “본래본법성本來本法性 천연자연신天然自然身”(『영평고조행상건시기永
             平古祖行状建撕記』)에 대한 의문이 바로 이 수증일여로 귀결된 것이다.

               지관타좌가 본증묘수의 전체이며 진실한 자기라고 할 때, 자신을 통해
             불법은 완전히 개현된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수행하는 그 자리에 바로 깨달음이 있다. 수행과 깨달음이 둘이 아

             닌 이유다. 도겐은 중국의 선방에서 한 조사가 “수와 증이 없을 수는 없다.

             단 취사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묵조의 사
             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현성공안과 절대 긍정의 세계관



               그리고 마침내 현성공안現成公案에 다다른다.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
             된 공안이다. 도겐은 이에 대해 “불법이 제법을 비추어 볼 때, 미오迷悟가 있

             고 수행이 있으며, 삶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제불이 있고 중생이 있다. 만법

             이 나와 관계를 맺지 않을 때, 미혹도 없고 깨달음도 없고, 제불도 없고 미혹
             도 없고, 깨달음도 없고 제불도 없고, 중생도 없고 생도 멸도 없다. 단, 불도
             가 세상의 상궤常軌를 능가하여 넘어섰으므로 생멸이 있고 미오가 있으며,

             또한 중생과 제불이 있고, 꽃은 아깝지만 져서 사라지며, 풀은 싫어도 무성

             하게 번성하는 것을 안다.”고 한다. (『정법안장』 현성공안現成公案 편) 이는 동산
             양개의 정편오위正偏五位와 유사하다. 차별의 세계로부터 평등의 세계로 나
             가고, 마침내 차별과 평등이 중도의 조화를 이루는 세계다. 양상은 달라도

             각종 각파의 사료간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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