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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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글 쓰는 것에 비유하면 ‘보고서형’과 ‘일기형’의 글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보고서형’ 글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때문에
          초점이 보는 대상에 맞춰져 있겠지요. ‘일기형’ 글은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따라서 초점이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소리도 이와 같습니다. ‘내놓는 소리’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뻗치
          듯 나오는 소리입니다. 반면에 ‘담기는 소리’는 자신을 느끼기 위해 나오는
          소리입니다.

           능엄주(주력)는 당연히 ‘담기는 소리’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놓는 소

          리’와 ‘담기는 소리’를 구분 짓는 척도는 무엇일까요? 공간적으로는 ‘여기
          에(나에게 또는 목전目前에)’, 시간적으로는 ‘지금’입니다.
           능엄주를 할 때(소리를 낼 때) 의식이 ‘지금 여기에’ 있으면 ‘담기는 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의식이 있으면서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들

          으면 소리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빨려들듯 들어옵니다. ‘소리’와 ‘소리를 내
          는 나’, 그리고 ‘듣는 나’ 모두가 명료해집니다.
           그러므로 능엄주 수행의 초보자는 속도보다 음을 정확하게 내는 것이 중

          요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습習을 들여야 합니다. 아랫배까지 숨을 깊게

          마신 뒤에 물속에 잠수할 때처럼 숨을 명치에서 닫아 배를 압축하듯 눌러
          멈추고 일정하게 토해내면서 소리를 냅니다. 소리는 가능한 성대(목)의 의
          존도를 낮추고 입과 입술, 혀의 움직임으로 냅니다. 특히 입술은 소리가 빠

          져나가는 최종 관문으로, 이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는 고음高音으로 가

          늘게 되면서 탱탱하게 튕기듯 나가게 됩니다.
           속도를 빠르게 할수록 소리의 음은 구분이 어렵게 됩니다. 비유로써 말
          하자면 작은 글씨를 굵은 붓으로 쓰면 글자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글자가 작아질수록 붓도 가늘어져야 글자의 형태가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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