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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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전한다. 15세기부터 진언밀교의 여러 외전들
은 이성 간의 성행위를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로 칭송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의 관습을 승려들의 정당한 행위라고까지 말했다.
심지어 1598년의 『홍법대사서弘法大師書』에서는 쿠카이의 환영이 나타나
승려들과 행자승들의 성교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을 정도이다. 1667년
에 저술된 동성애 시집인 『돌 진달래』는 어떤 승려가 행자승인 자신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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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애인에게 바치는 외설적인 연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일본불교 교
단에서 이와 같은 남성 간의 동성애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는 사실
과 성기의 삽입을 통한 성적 음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율장 조항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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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일본 교단 안에서 동성애의 관습
이 조직적으로 은폐 또는 묵인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교는 동성애의 관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불교의 전통 안에서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
은 동성애와 관련된 계율 위반 사례가 실제로도 드물었던 것이 아닐까? 이
와 관련하여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불교 교단의 역사에서 여성인 비
구니들의 동성애 사례를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동성애 문제를
다루고 있는 카비존과 포르의 연구에서도 비구니들의 동성애, 즉 레즈비
언 사례는 매우 드물게 인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만큼 은밀했거나 아
17)
15) Paul Gordon Schalow, “Kūkai and the Tradition of Male Love in Japanese Buddhism”, in José
Ignacio Cabezón ed., Buddhism, Sexuality, and Gender, op. cit., pp.215-230 참조.
16) 아시아의 다른 불교국가들과 서양 불교단체들이 동성애에 대해 어떤 인식과 관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Peter Harvey, op. cit., pp.423-424 및 pp.428-433을 참조할 것.
17) Bernard Faure, The Red Thread; Buddhist Approaches to Sexuality(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8), pp.207-240 및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p.31-35 등 참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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