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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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봉암사 앞에
있는 개울에 내려갔
는데 보니까 묘명이
가 씻으러 나와서 내
옆에 앉아서 머리에
비누칠해서 씻고 피
가 난 입을 씻고 그
사진 5. 1980년대 법전스님(왼쪽)과 성철스님. 러는데, 내가 가만
히 보니까 뚜드려 맞
은 것도 우습고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려고 입을 들먹거렸노?” 그러니까 “행
잡니다.” 하려고 했답니다. 묘명이 말하기를, 행자라는 소리를 어느 책에 봐
서 알고 있다는 겁니다. 묘명이 나한테 “행자입니다.” 대답하려고 하니까
쥐어박는데 “내 대답이 틀렸느냐?” 하고 나에게 물어요. 그리고 내가 “그
것도 안 맞는 소리야!” 그랬거든요.
그때 성철스님이 난데없이 뒤에서 제 멱살을 탁 쥐시더니 “맞는 소리 해
봐라. 안 맞는 소리인 줄 아니까 맞는 소리도 알 것 아닌가!” 그래서 “맞는
소리로 대답하라!”고 내 멱살을 탁 쥐고 물에다가 첨벙 넣었다가 다시 들
었다가 했습니다. 그것을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이렇게 해도 이놈의 화두
를 들고 있는가 시험하시는 겁니다.
말하자면 그렇게 위급하고 다급할 때에도 화두가 있나 없나를 보시느라
고 물에다가 넣었다가 다시 들어냈다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입을 열면
입을 쥐 박힐 겁니다. 그래서 입을 딱 다물고 물에 들어갔다 나갔다만 했
습니다. 성철스님은 나를 건져서 땅바닥에 놓고는 편하게 뒷짐을 지고 다
시 가시더라고요. 그렇게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뜻은 내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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