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4년 7월호 V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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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연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하에 깨닫는 수행자를 기대했던 성철스님




               오늘 삭발을 하는데, 성철스님이 또 무슨 짓을 하시겠구나 싶어서 머리
             를 다 깎고 삭도에 다칠까 봐 얼른 기왓장 가루를 닦지도 않고 칼집에 꽂
             아 놓고는 “머리 다 깎았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좀 세밀

             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성철스님이 탁 오셔서 묘명이라는 행자를 보시

             더니 “네는 머리를 깎았으니 사람도 아니고, 계를 안 받았으니까 중도 아
             니다. 너는 대체 뭐냐?” 하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묘명이가 대답을 할라고
             입을 들먹하니까 성철스님이 주먹을 가지고 입을 콱 쥐어박아서 고만 입

             술이 터졌어요. 그래 나는 그동안에 뭔 일이 나지 싶어 얼른 나와서 기왓

             장 묻은 것도 돌에 문질러서 털고 삭도도 씻으려고 뛰어왔거든요.
























             사진 4. 1989년 봉암사 동안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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