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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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이 행각에 나설 때 운암에게 다시 물었다.
              “스님께서 돌아가신 뒤 어떤 사람이 저더러 ‘스님의 진면목이 무엇
              이지?’ 하고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하면 좋을까요?”

              운암이 말했다.

              “그 사람에게 말해주려무나. ‘그저 이것뿐이라고’.”
              동산이 한동안 말이 없자 운암은 다시 말했다.
              “양개야, 이 깨치는 일은 정말로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3)




           동산은 ‘그저 이것뿐只這是’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해합니다. ‘그저 이것
          뿐’이라는 말은 “별다른 것은 없다, 네가 보는 그대로다.” 그런 의미로도
          해석되는 말입니다. 운암의 말에 그런 뉘앙스도 분명 있었던 것으로 보

          입니다. 제자가 당황스러워하자, ‘그저 이것뿐’이라는 말에는 깊은 뜻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양개야, 이 깨치는 일은 정말로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이 문답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노

          승과 젊은 학승의 작별 대화인데, 구구절절 정감이 넘치면서도 불도를 향

          한 치열한 구도심이 느껴집니다.
           행각을 계속하던 어느 날 동산은 시냇물을 건너다 물에 비친 자신의 그
          림자를 보고 비로소 운암의 진의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기쁨에 겨워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습니다. 이 게송이 유명한 과수게過水偈입니다.



              다른 데서 나를 찾지 말아라


          3)  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新脩大藏經』 47), “師臨行又問雲巖。 和尚百年後。 忽有人問還
            邈得師真否。 如何秖對。 巖曰。 但向伊道。 只這是。 師良久。 巖曰。 价闍黎承當箇事。 大須審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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