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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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는 멀어질 뿐이다
나는 이제 홀로 가지만
곳곳에서 그를 만나리라
그는 지금 바로 나이지만
나는 지금 그가 아니라네
모름지기 이렇게 깨달아야만
비로소 여여에 계합하리라 4)
동산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바로 “이거다” 하고 알아차렸습니다.
그림자는 결코 나(진아眞我)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거죠. 이 시에서 ‘나[我]’
는 오도悟道한 ‘진아眞我’를 말하며, ‘그[他, 渠]’는 그림자, 즉 생각이나 감각
등 현실태의 ‘가아假我’를 말합니다.
동산은 비로소 운암이 말한 ‘그저 이것뿐’의 ‘이것’이 진아라는 것도
알아차린 것입니다. 시의 첫머리에서 동산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합
니다.
“그림자에서 진아眞我를 찾지 말아라 / 찾을수록 진아와는 더 멀어진다”
탄탄한 상징 덕분에 이 시는 심미적 감동과 함께 적확하게 사람들을 진
아의 세계로 이끌고 갑니다. 이처럼 철학적인 탐구를 노래한 시는 중국 문
학의 역사에서는 완전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운암이나 동산이 그토록 추구하는 ‘이것[眞我]’이란 무엇일까요? 쇼펜하
우어의 언어를 빌린다면, 객관을 비추는 순수한 인식 상태, 즉 자아는 사
라지고 세상을 맑은 거울처럼 비춰보는 것입니다. 진아란 일상 속에서 자
4) 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新脩大藏經』 47), “切忌從他覓。 迢迢與我疎。 我今獨自往。 處處
得逢渠。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應須與麼會。 方始契如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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