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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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날부터 신성하고 신비한 곳이었습니다.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신성과 신비에 가까이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예수의 첫 설교이자 가장 긴
          설교는 산상설교입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거대한 바위산 시나이산이었죠. 산은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다 신비한

          곳입니다.
            산에 갈 때마다 대자연의 다채로움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구불구불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 시시각각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 우거진 나무들,

          수없이 재잘거리는 산새들, 대자연은 거대한 수수께끼이자 신비입니다.

          산에 들어서면 천박한 자기 중심성이 사라집니다. 대자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래면목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집니다.



            그저 이것뿐!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자연을 조용히 관조할 때 단지 순수한 주관으로서 객관을
              비추는 맑은 거울로서 존재하게 된다.           1)

              인식이 자유로워지면 우리는 더 이상 개체가 아니며, 개체는 잊히

              고 단지 순수한 인식 주관일 뿐이다. 우리는 단지 세계를 보는 하
              나의 눈으로써 현존한다. 만일 우리에게 객관만이 현존한다면, 현

              재의 객관에 의해 모든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1)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 34. 순수한 인식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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