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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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본래성(무념無念, 부작의不作意)을 자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산은 현실
태란 본래성(진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시는 그림
자[假我]를 통하여 오도悟道한 진아를 표현한 것입니다.
머리 숙여 한 번 보고 스스로 기뻐하네
아이고, 역시 ‘이것’을 이야기하면 머리가 아
프죠? 그러나 그림으로 표현하면 한 폭의 아름
다운 풍경화가 나타납니다. 동산이 물을 건너
다가 활연하게 깨치는 장면을 그린 「동산도수
도」가 도쿄국립박물관에 있습니다. 남송 영종
의 황후인 양후(1162~1232)의 인장과 제찬題贊이
있습니다. 「동산도수도」의 찬시입니다.
주장자 끌고 많은 선지식 찾아다니느라
산 오르고 물 건너는 번거로움 면치 못했네
발 닿는 곳이 모두 진리임을 알지 못하더니
사진 2.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머리 숙여 한 번 보고 스스로 기뻐하네 5)
「동산도수도」.
동산이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깨달은 것을 우리는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요? 우리도 자신의 생각과 감각에서 벗어나 무념의 상태로 세
상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임을 자각한다면 깨달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
5) 東京國立博物館 所藏, 「洞山渡水圖」 讚詩, “携藤撥草瞻風 未免登山涉水 不知觸處皆渠 一見低
頭自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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