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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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산문과 도선


           1925년 육당 최남선은 태안사를 방문하여 “신라 이래의 이름있는 절이

          요, 또 해동에 있어 선종의 절로는 처음 생긴 곳이다. 아마도 고초古初의 신

          역神域 같다.”라고 극찬했다. 해동에 있어 선종의 절로 처음 생긴 곳이라는
          말은 옳지 않지만, 태고의 신비롭고 신성한 구역이라는 말은 태안사의 인
          상을 제대로 묘사한 말이다.

           희양산문 봉암사와 더불어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 바

          로 태안사이다. 혜철의 비문을 찬한 최하崔賀는 혜철이 동리산문을 개산할
          당시 태안사의 모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곡성군 동남쪽에 산이 있어 ‘동리桐裏’라 하였고, 이 가운데 작은 절

              이 있어 ‘대안大安’이라 이름하였다. 그 절은 수많은 봉우리가 가리
              어 비치고 하나의 물줄기가 맑게 흐르며, 길은 멀리 아득하여 세속
              의 무리들이 오는 일이 드물고 경계가 그윽하고 깊어 승려들이 머

              물기에 고요하였다. 용신龍神이 상서로움과 신이함을 드러내고 독

              충과 뱀이 그 독을 감추며, 소나무 그림자가 어둡고 구름은 깊어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였으니 바로 삼한三韓에서 뛰어
              난 절경이었다.    1)




           곡성 태안사는 분명 절경이다. 그래서 도선의 풍수도참사상이 그의 스
          승인 혜철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추론하기도 한다. 그래서 위의 인




          1)  최하 찬, 「곡성 대안사 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문」 (이지관, 『교감역주 역대고승비문 신라편』, 가산문고, 1994,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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