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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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동리산 태안사 전경. 사진: 곡성군.
용문은 혜철의 풍수적 안목을 입증하는 논거로 제시되곤 한다. 그런데 최
하가 찬한 혜철의 비문 속에서 풍수나 도참사상의 단서를 발견하기는 쉽
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풍수도참사상이 혜철의 영향과는 무관한 도선의
독자적인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혜철은 814년(헌덕왕 6)에 당나라로 가서 서당지장의 선법을 이어받고
839년에 귀국한 뒤, 태안사를 중심으로 크게 교화하여 도선道詵, 여如
등 수백 명의 제자를 배출함으로써 동리산을 중심으로 구례, 광양, 운암 일
대에 걸쳐 새로운 선문을 이루게 되었다. 혜철의 선을 정통으로 이어받은
여선사는 태안사에 있으면서 선법을 펴다가 제자 윤다允多에게 선법을
전하였다. 윤다는 고려 태조의 존경과 귀의를 받으면서 동리산문의 선풍
을 크게 떨쳤다. 도선의 비문을 찬한 최유청은 도선이 혜철로부터 선법을
이어받은 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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