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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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보인다. 옥룡사에 도선의 비가 다시 세워진 것은 고려에 들어서이다. 최
          유청은 비문에서 도선이 구례 화엄사 아래에 있는 사도촌에서 한 이인異
          人으로부터 풍수도참사상을 전해 받은 내력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

          이인은 도선에게 “이것도 대보살이 세상을 구제하고 사람을 제도하는 법

          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도선은 혜철로부터 선법을 전해 받고 옥룡사에 자리를 잡기까지 15년 동
          안을 산천을 떠돌며 구도 행각을 이어 갔다. 그의 풍수도참사상은 이러한

          구도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니 대보살의 자비행이라 말할 수 있다. 땅을

          생명체로 인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서 활용한다는 생각은 도선 풍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풍수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무엇보다도 지구가 앓
          고 있는 병을 도선의 경험과 실천에서 나온 혜안으로 치유하고자 한 도선

          풍수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의 이러한 사상은 ‘비보사탑裨補寺塔’을 전국 각

          지에 세우는 실천행으로 옮겨졌다. ‘비보裨補’란 병이 든 땅에 지기地氣를
          보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보사탑설’이란 이런 곳에 절과 탑을 세워 땅
          의 기운을 북돋우고 결국은 사람이 편히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꾼다는 대단

          히 적극적인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백계산 옥룡사 주석과 도선의 선풍



           도선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선풍을 드날린 것은 광양 백계산 옥룡사에 머

          물면서부터이다. 857년(헌안왕 1)에 옥룡사에 머물기 시작한 도선은 864년
          (경문왕 4)에 옥룡사를 창건하였고 892년 열반에 들기까지 35년간을 옥룡
          사에 머물렀다. 이 시기 도선은 미우사, 도선사, 삼국사, 운암사 등을 창건

          하였으며, 수많은 제자들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김두진과 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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