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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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뿐이지 별다른 징조가 아니며 오히려 백성을 현혹시키는 요망한 말이
므로 보고서를 올린 감사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전에도 불상
이 땀 흘리는 지방관의 보고가 있었지만 이처럼 보고서를 올린 지방관에
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린 예는 없었다. 그만큼 불교에 대한 신
하들의 종교적 태도가 바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는 숙종 12년 2월 12일의 기록에도 나타난다. 『실록』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평 민진주가 아뢰기를, “경상도 관찰사 이규령·전라도 관찰사
이세화는 불상이 땀을 흘린다는 일로써 서로 잇따라 보고하였는
데, 불상은 금이나 주석으로 제작한 것이므로 음습한 기운이 어리
면 물방울이 맺히는 것은 이치로 보아 본디 그러한 것입니다. 어찌
혈기를 가진 동물과 같이 보아서 반드시 땀을 흘린다고 말할 수 있
겠습니까? 이변이라 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보고서를 올리는가 하
면, 승려들의 거짓말을 사실화하여 세속에서 놀라고 의혹하는 단
서를 만들었으니 경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숙종실록』 12년, 1686년 2월 12일.
위 기록에서도 불상이 땀 흘리는 것은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
만큼 불교의 이적에 대한 믿음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유학자들의 불교 이적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18
세기 이후 땀 흘리는 불상에 관한 『실록』의 기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러나 전국 사찰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문헌에는 땀 흘리는 불상에 관한 기
록이 곳곳에 남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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