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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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부산에 원만화 보살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왕자메리야스 사장의
          어머니이신데 운문사 있을 때부터 사귄 분이지요. 그 원만화 보살이 우리
          를 찾다가 총무원에 가서 물어보니 여기에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분이 4

          월에 찾아왔어요. 여기는 문전옥답도 없고, 작은 암자라 보잘 것이 없었어

          요. 저속하게 표현하자면 거지 움막 같았어요. 그래서 보살이 와서 “문전
          옥답이 있어서 법당만 하나 지으면 좋겠네요.”라고 그래요.
           그 보살이 “내가 화주를 해서 논을 사게끔 하겠다.” 하고는 논 임자를 불

          러서 “얼마냐?”고 물으니까 147만 원이라고 해요. 그때 보살님이 “내가 화

          주해서 오겠다.”고 해서 봉녕사 명의를 써서 드렸더니, 그 돈을 해 가지고
          왔어요. 논 산다고 하면서 시주를 권선하다가 보니 좀 많이 걷어졌다고 그
          래요. 그걸 받아서 논을 샀습니다.

           논을 사서 이태 농사를 짓는데, 사경 줘 버리면 우리가 먹을 게 없어요.

          아홉 마지기인데 “이거를 매립을 하자.”고 그랬어요. 그때 쌀 한 되씩 가져
          와 불공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네 큰 산이 있는데 거기에 큰 길이
          난다고 해요. 국가에 편입을 시키라 해서 그 산을 팔게 되는데, 그 흙을 버

          릴 때가 없다고 해요. 우리 보고 흙을 사라는 뜻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그 소리를 듣고 생각을 하니까 여길 메꾸면 되겠다 싶어서 “그 산
          흙을 이 논에 다 갖다 부어 달라.”고 그랬어요. 그러니 “그럼 스님들은 뭐
          먹고 살랍니까?”라고 물어요.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갖다 부어서 이걸 매

          립을 해야 파리 모기가 없어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만화 보살이

          논 사라고 준 돈으로 논 아홉 마지기를 사고 남은 돈으로 “법당을 하나 지
          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때 수미사라고 교복 만들어서 학교에 대주는
          보살이 봉녕사에 다녔어요. 그 남편이 서울대 건축과 졸업생이라서 건물

          짓는 것은 잘 알지 싶어서 “우리가 법당을 짓고 싶은데 얼마나 하면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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