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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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되려는 병, 조사祖師 되려는 병, 이 모든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성을 깨쳐서 모든 집착을 벗어나면 참으로 자유자재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서는 집착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

             신이 바른 사람이라면 부처님이나 달마조사가 와서 설법을 한다 하여도
             귀를 막고 달아나 버려야 합니다.

                예전에 무착문희無着文喜(820〜899) 스님이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공양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큰 가마솥에 팥죽을 끓

             이고 있는데, 그 팥죽 끓는 솥 위에 문수보살이 현신現身하였습니다. 보
             통 사람 같으면 문수보살을 직접 만나뵈었다고 대중을 모으려고 야단했

             을 터인데 무착스님은 팥죽을 저었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의 뺨을 후려치
             면서 말했습니다.



                  문수는 그저 문수일 뿐이며 무착은 나 무착일 뿐이다.



                그와 같이 여러분 중에서 “성철은 그저 성철일 뿐이고 나는 나다. 긴

             소리 짧은 소리 무슨 잠꼬대가 그리 많으냐?” 하고 달려드는 진정한 공부

             인이 있다면 내가 참으로 그 사람을 법상 위에 모셔 놓고 한없이 절을 하
             겠습니다. 그런 무착스님의 기개가 참으로 출격장부出格丈夫이며 펄펄 살
             아 있는 사람입니다. 내 밥 내가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남의 집 밥

             을 구걸하느냐 말입니다. 부디 내 밥 내가 먹고 당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어문자로는 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느냐면서 6
             바라밀행을 닦아 만행하면서 정각正覺을 성취하는 것은 안 되느냐고 흔

             히 수좌들이 묻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예전 조사스님들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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