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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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지금 왕비를 위하여 재齋를 베푸는 것
은 다만 칠칠일七七日만 하고, 뒤에는 두 번 할 수 없는 것이다. 지
금 들으니, 밥 얻어먹으려고 모여든 승려들이 많다는 이유로 그 승
려들을 모두 쫓아내므로 예빈판사禮賓判事 신자근이 사저에서 쌀을
가져와 먹였다고 한다. 지금 아무리 흉년이라 하더라도 국가에서 재
齋를 베푸는데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재승齋僧에 정한 수효
가 있어서 쫓아낸 것이냐? 음식을 제공할 수 없는 자가 있어서 그
렇게 한 것이냐? 너희들이 직접 보고서도 나에게 고하지 않았고,
또 일찍 준비하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내가 실로 몹
시 마음 아프다. … ”고 하였다. - 『세종실록』 28년, 1446년 4월 15일.
세종의 불교신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헌왕후의 명복을 기원하
기 위해 아들 수양대군에게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기록한 『석가보釋
迦譜』를 기초로 『석보상절釋譜詳節』을 한글로 편찬하게 했다. 그리고 이듬
사진 4. 세종 때 편찬된
『월인천강지곡』.
사진: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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