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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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부를 할 때는 이론과 실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경전을 배우

             면서 참선을 하고, 참선을 하면서 경전을 배우고 조사어록을 읽어야 합
             니다. 그렇지만 언어문자는 산 사람이 아닌 종이 위에 그린 사람인 줄 분

             명히 알고 마음 깨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깨치려고 하면 여러 방법이 있지만 언어문자를 버리

             고 바로 깨치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예전 스님들이 깨달은 이야기를 해보
             겠습니다.



                  네가 비록 억천만 겁 동안 여래의 온갖 법문을 기억하여도 하루 동

                  안 선정禪定을 닦느니만 못하느니라.



                옴 오른 여우 새끼는 사자굴에 머물 수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아난존자가 총명하고 지
             해知解가 뛰어나서 언어문자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생명으로 삼고 실제

             선정을 닦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너무나 딱하게 여겨 아난에게 하신 말

             씀입니다. 이 외에도 부처님께서 언어문자만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해하
             는 아난에게 타이르신 일이 많습니다.



                  너와 나는 저 과거 무수한 시간 동안 같이 발심發心하여 성불하려

                  고 공부하였다. 그러나 너는 다만 언어문자만 따라가서 그것만 기
                  억하고, 나는 틈만 있으면 선정을 닦았다. 선정을 닦는 것은 밥을

                  먹는 것이요, 언어문자를 기억하는 것은 밥 얘기만 하는 것이니 어
                  찌 배가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언어문자란 처방전이다. 거기에 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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