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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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강서성 의춘현 동산사.
事·색色을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겸중지의 게송은 “양쪽의 칼날이 서로 부딪침에 피할 필요 없으
니, 좋은 솜씨는 불 속의 연꽃과 같아, 완연히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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意志가 있구나.” 라고 하였다. 이 겸중지는 현상의 세계가 이미 환유幻有임
을 여실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본체本體를 엿볼 수 있다는 것
이다. 그러나 엿볼 수 있음이지 아직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다섯째, 겸중도의 게송은 “유무有無에 떨어지지 않으니 누가 감히 호
응[和]하겠는가. 사람마다 모두 중류衆流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를 끊
어 다시 숯 구덩이로 돌아가 앉는다.” 라고 하였다. 이 겸중도는 조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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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제시하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에서 조산이 설명한
‘겸대兼帶는 중연衆緣에 그윽하게 상응하여 제유諸有에 떨어지지 않고, 오
염되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으며, 옳지도 않고 치우치지도 않음’과 일치
하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제유에 떨어지지 않음’이지만 ‘그를 끊어
다시 숯 구덩이로 돌아가 앉음’이라고 하겠다.
8) 앞의 책, “兩刃交鋒不需避, 好手猶如火里蓮, 宛然自有沖天志.”
9) 앞의 책, “不落有無誰敢和, 人人盡欲出常流, 折合還歸炭里坐.”
174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