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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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라 하겠다.

                                             『동산양개어록』에서는 이를 정중편
                                           正中偏·편중정偏中正·정중래正中來·겸

                                           중지兼中至·겸중도兼中到의 다섯으로
                                           구분하여 각각 게송을 붙이고 있다.

                                             우선, 정중편의 게송은 “삼경三更의
                                           초저녁 달빛 밝은 앞에, 서로 만나 몰

                                           라봄을 의아해하지 말지니, 오히려 은
             사진 2. 최근에 조성된 본적선사의 석상.                                   5)
                                           은히 옛날의 싫어함을 품는다.” 라고
             하였다. 이 정중편의 위位에서는 앞에서 본적이 ‘이치를 등져 일에 나아
             감’이라고 평한 바와 같이 용用·사事·색色 등에 치우친 것을 의미한다.

                둘째, 편중정의 게송에서는 “눈먼 노파가 옛 거울을 만나니, 분명하게
             얼굴을 비추어 보면 참됨이 없는데, 다시는 그림자를 머리로 앎을 그만

                    6)
             두거라.” 라고 하였다. 이 편중정에서는 본적이 ‘일을 버리고 이치에 들
             어감’이라고 평한 바와 같이 이理·체體·공空에 치우쳐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정중래의 게송은 “없음 가운데 길이 있어 진애塵埃와 멀어지고,

             다만 현재 왕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전조前朝에서 말 잘하다 혀
             잘린 것보다 또한 나으리.” 라고 하였다. 이 정중래는 이치를 버리고 일
                                    7)
             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일을 버리고 이치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이

             미 이理·체體·공空을 어느 정도 체득하였으며, 그러한 바탕에서 용用·사




             5)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25c), “三更初夜月明前, 莫怪相逢不相識, 隱隱
                猶懷昔日嫌.”
             6)  앞의 책, “失曉老婆逢古鏡, 分明覿面別無眞, 休更迷頭猶認影.”
             7)  앞의 책, “無中有路隔塵埃, 但能不觸當今諱, 也勝前朝斷舌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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