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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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곧 보는 바가 없는 것이니라.”
“ 일체 색상을 대할 때는 곧 본다고 하거니와 색상을 대하지
않을 때도 또한 본다고 할 수 있습니까?”
“ 보느니라.”
“ 물건을 대할 때는 설령 보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대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서 보는 것이 있습니까?”
“ 지금 내가 본다고 하는 것은 물건을 대하거나 물건을 대하지
않거나를 논(論)하지 않는다.왜냐하면 본다고 하는 그 성품은
영원한 까닭에 물건이 있을 때도 보고 물건이 없을 때도 또한
보는 것이니라.그런 까닭에 물건에는 본래 스스로 가고 옴[去
來]이 있으나 본다는 성품에는 가고 옴이 없음을 알지니,다른
모든 감각기관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 바로 물건을 볼 때에 보는 가운데 물건이 있습니까?”
“ 보는 가운데 물건이 서지 못하느니라.”
“ 바로 물건이 없음을 볼 때 보는 가운데 물건이 없습니까?”
“ 보는 가운데는 물건 없는 것도 서지 못하느니라.”
“ 소리가 있을 때는 곧 들을 수 있거니와 소리가 없을 때에도
들을 수 있습니까?”
“ 역시 듣느니라.”
“ 소리가 있을 때엔 설령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소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듣습니까?”
“ 지금 ‘듣는다’고 하는 것은 소리가 있거나 없거나를 논하지
않는다.왜냐하면 ‘듣는다’는 자성은 영원한 까닭에 소리가 있을
때도 듣고 소리가 없을 때도 또한 듣느니라.”
“ 이렇게 듣는 자는 누구입니까?”
“ 이는 자기의 성품이 듣는 것이며 또한 아는 이가 듣는다고
하느니라.”
제2권 돈오입도요문론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