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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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막히거나 걸리지 않으며,주관 객관의 나뉨은 물론 일정한
방위와 처소도 없다.또한 어떤 모양이나 자태도 없고,얻고 잃
음도 없다.후학들이 감히 법에 들어오지 못하는 까닭은 공(空)
에 떨어져 닿아 쉴 곳이 없을까 두려워해서인데,이런 태도는 막
상 벼랑을 보고는 물러나서 거기다가 널리 지견(知見)을 구하는
것이다.그러므로 지견을 구하는 자는 쇠털처럼 많아도 정작 도
를 깨친 이는 뿔과 같이 드문 것이다.
문수보살은 이치[理]에,보현보살은 행실[行]에 해당한다.이치
란 진공(眞空)으로서 걸림 없는 도리이고,행실이란 형식을 벗어
난 끝없는 실천을 말한다.관음보살은 자비를,세지보살은 지혜
를 상징한다.유마(維摩)는 깨끗한 이름[淨名]이란 뜻인데,깨끗
하다는 것은 성품[性]을 두고 하는 말이고,이름은 모습[相]의 측
면에서 한 말이다.성품과 모양이 다르지 않으므로,그를 정명거
사(淨名居士)라 한 것이다.대보살들로 상징된 위의 것들은 누구
나가 다 가진 성품으로,한마음을 여의지 않으니 깨치면 곧 그대
로인 것이다.그런데 지금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서
깨달으려 하지 않고 마음 밖의 경계인 모양에 집착하여 오히려
도를 등지고 있다.갠지스강의 모래란 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
는데,이 모래는 모든 불보살과 제석,범천 및 하늘 무리들이 자
기를 밟고 지나간다 해도 기뻐하지 않고,소나 양․벌레․개미
등이 자기를 밟고 지난다 해도 성내지 않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또한 갠지스강의 모래는 보배나 향기를 탐하지도 않으며,똥․오
줌 냄새나는 더러운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이런 마음이 곧 무심
한 마음으로서,모든 모양을 떠난 것이다.중생과 부처가 서로
다를 것이 없으니,이렇게 무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완전
한 깨달음이다.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 당장 무심한 상태가 될
수 없다면,그 사람은 여러 겁 동안 수행해도 도를 이루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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