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7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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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원이 청정한 마음
본래 부처 자리에는 실로 그 어떤 것도 없다.툭 트이고 고요
하여 밝고 오묘하며 안락할 따름이다.스스로 깊이 깨달으면 당
장 그 자리이므로 원만구족하여 다시 모자람이 없다.설사 3아승
기겁을 정진 수행하여 모든 지위를 거치더라도 한 생각 증득하
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원래 자기 부처를 깨달을 뿐,궁극의 경지
에 있어서는 어떠한 것도 거기에 더 보탤 것이 없다.깨닫고 난
다음 지난 세월의 오랜 수행을 돌이켜 보면 모두 꿈속의 허망한
짓일 뿐이다.그래서 여래께서는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
어서 실로 얻었다 할 것이 없느니라.만약 얻은 바가 있었다면,
연등부처님께서는 나에게 수기하시지 않았을 것이다”고 하셨다.
또 말씀하시기를,“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니,이것
을 깨달음이라 한다”고 하셨다.본래 청정한 이 마음은 중생의
세계와 부처님의 세계,산과 물,모양 있는 것과 없는 것 및 온
시방법계가 다 함께 평등하여 너다 나다 하는 생각이 없다.이
본래 근원이 청정한 마음은 항상 두렷이 밝아 두루 비추고 있는
데도 세상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다만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見聞覺知]으로 마음을 삼고,그것에 덮이어서 끝내는 정교하
고 밝은 본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당장에라도 무심하기
만 하면,본 마음 자리가 스스로 나타나서 밝은 햇살이 공중에
떠오르듯 시방법계를 두루 비추어 장애가 없게 된다.그러므로
도를 배우는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일거일동을 마음이
라고 오인하는 것이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을 텅 비워
버리면 마음 길이 끊기어서 어느 곳에도 들어갈 틈이 없느니라.
다만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곳에서 본래 마음을 인식할지라도,
본래 마음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데에도 속하지 않으며,그렇
제3권 전심법요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