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8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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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해서 그것을 떠나 있지도 않느니라.그러므로 보고 듣고 느
끼고 아는 가운데 다만 견해를 일으키거나 생각을 움직이지 말
아야 하며,그렇다고 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을 떠나 마
음이나 법을 찾아서도 안 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을 버
리고 법을 취해서도 안 된다.그리하면 즉(即)하지도 않고 여의
지도[離]않으며,머물지도 집착하지도 않으며,종횡으로 자재하
여 어느 곳이든지 도량(道場)아님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부처님께서 마음 법을 전한다는 말을 듣
고는 마음 밖에 따로 깨닫고 취할 만한 법이 있다고 여긴다.그
리하여 마음을 가지고 법을 찾으면서,마음이 곧 법이고 법이 곧
마음인 줄 알지 못한다.마음을 가지고 다시 마음을 찾지 말아야
한다.그래 가지고는 천만 겁을 지나더라도 마침내 깨칠 날은 없
을 것이다.당장 무심함만 같지 못한 것이니,그 자리가 바로 본
래 법이다.마치 힘센 장사가 자기 이마에 보배 구슬이 있는 줄
모르고,밖으로 찾아 온 시방세계를 두루 다니며 찾아도 마침내
얻지 못하다가 지혜로운 이가 그것을 가르쳐 주면 본래 구슬은
예와 다름이 없음을 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도를 배우는 사람도
자기 본심을 미혹하여 그것이 부처임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찾
아다니면서 의식적으로 수행을 하며 차례를 밟아서 깨달으려 하
지만 억겁 동안 애써 구한다 해도 영원히 도를 이루지 못할 터
인즉 당장 무심함만 못하다.
일체의 법이 있다 할 것도 얻었다 할 것도 없고,의지할 것도
머무를 것도 없으며,주관이니 객관이니 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망념을 일으키지 않는 그 자리가 바로 깨
치는 자리다.그때 가서는 다만 본래 마음인 부처를 깨달을 뿐
많은 세월을 거친 노력은 모두 헛된 수행이다.마치 힘센 장사가
구슬을 얻은 것은 자기가 본래부터 갖고 있던 구슬을 얻은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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