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1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P. 311

또 어느 날 대사께서 외출하려고 할 때에 남전이 말하였다.
                “이만큼 커다란 몸집에 조금 큰 삿갓을 쓰셨군!”
                “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이 속에 들어 있습니다.”
                “ 이 남전의 대답이로다.”
                그러자 대사는 삿갓을 쓰고 곧 가 버렸다.


                또 하루는 대사가 차당(茶堂)에 앉아 있는데 남전이 내려와 물
              었다.

                “정과 혜를 함께 배워서 부처님의 성품을 밝게 본다 하는데,
              이 뜻이 무엇이오?”
                “ 하루종일 한 물건에도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 그게 바로 장로 견해인가요?”
                “ 부끄럽습니다.”
                “ 장물[獎水]값은 그만두어도 짚신 값은 어디서 받으란 말이
              오?”그러자 대사는 문득 쉬어 버렸다.
                뒷날 위산(潙山 771~853)이 이 대화를 가지고 앙산(仰山 80
              3 ~887)에게 물었다.

                “황벽이 남전을 당해내지 못한 게 아닌가?”
                “ 그렇지 않습니다.황벽에게는 범을 사로잡는 기틀이 있었음을
              아셔야 합니다.”
                “ 그대의 보는 바가 그만큼 장하구나!”


                하루는 대중이 운력을 하는데 남전이 대사께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 채소 다듬으러 갑니다.”
                “ 무엇으로 다듬는가?”
                대사가 칼을 일으켜 세우자 남전이 말하였다.






                                                       제3권 전심법요 311
   306   307   308   309   310   311   312   313   314   315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