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2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P. 312
“그저 손님 노릇만 할 줄 알지 주인 노릇은 할 줄 모르는군.”
그러자 대사는 세 번을 내리 두드렸다.
하루는 새로 온 스님 다섯 명이 동시에 서로 보게 되었다.그
중에서 한 스님만은 예배를 올리지 않고 그저 손으로 원상(圓相)
을 그리면서 서 있었다.이것을 본 대사가 그에게 말씀하셨다.
“한 마리의 훌륭한 사냥개라고 말하는 줄 아느냐?”
“ 영양(羚羊)의 기운을 찾아왔습니다.”
19
“ 영양이란 기운이 없거늘 너는 어디서 찾겠느냐?”
“ 영양의 발자국을 찾아 왔습니다.”
“ 영양은 발자국이 없거늘 너는 어디서 찾겠느냐?”
“ 그렇다면 그것은 죽은 영양입니다.”
이 말을 듣자 대사는 더 이상 말씀하시지 않았다.이튿날 법좌
에 올라 설법을 끝내고 물러나면서 물었다.
“어제 영양을 찾던 스님은 앞으로 나오너라.”
그 스님이 바로 나오자 대사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어제 너와 대화를 하다가 끝에 가서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어떤가?”
그 스님이 말이 없자 대사께서 말을 이었다.
“본분 납승(本分衲僧)인가 했더니,그저 뜻이나 따지는 사문이
로구나.”
대사께서는 일찍이 대중을 흩으시고,홍주(洪州)땅의 개원사
20
(開元寺)에 머물고 계셨다.이때에 상공 배휴거사가 어느 날 절
로 들어오다가 벽화를 보고 그 절 주지스님에게 물었다.
*19영양(羚羊):영양은 잠잘 때 뿔은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네 발을 들고 자므로 그 모
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이것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한다.
*20개원사:완릉지방에 있던 개원사와 다른 곳임.대안사(大安寺)라고도 한다.
312 선림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