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9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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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차례를 말하겠는가?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밝음만
을 추종하고 어둠을 싫어하며,그저 깨우침만을 얻으려 하고 번
뇌와 무명은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말하기를,‘부처님은 깨달은
분이고 중생들은 망념이 남아 있는 존재이다’고 한다.그러나 만
약 이렇게 생각하면 백천 겁이 지나도록 다만 6도에 계속 윤회
하여 쉴 날이 없으리라.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본래 근원의 자
성을 비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너희에게 분명히 말씀해 주셨다.‘부처 또한 밝
음도 아니요 중생 또한 어둠도 아니다.왜냐하면 법에는 밝음도
어둠도 없기 때문이다.부처라고 해서 또한 강하지도 않고 중생
이라고 해서 약하지도 않다.왜냐하면 법에는 강함도 약함도 없
기 때문이다.또 부처라고 해서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중생이라
해서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왜냐하면 법에는 지혜로움도 어리석
음도 없기 때문이다.’너희들이 나타나서는 모두들 선을 안다고
말들 하지만 입을 벌리기만하면 그대로 병통이 생기고 만다.그
리하여 근본은 말하지 않고 지말만을 말하며,미혹함은 말하지
않고 그저 깨달음만 말하며,본체는 말하지 않고 작용만을 말하
는데 제대로 말한 것이라고는 도무지 없다.
저 일체 법은 본래 있지도 않고,그렇다고 지금 또한 없는 것
도 아니어서 반연이 생겼다고 해서 있는 것도 아니며 반연이 사
라졌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다.근본이라 할 만한 것이 있지
않으니,근본은 근본이 아니기 때문이다.또 마음 또한 마음이
아니니,마음은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나아가 모양 또한 모양
이 아니니,모양은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말하기를
‘법도 없고 본래 마음도 없어야만 비로소 마음이라 하는 마음법
을 알게 된다’고 했다.법은 곧 법이 아니요 법 아님이 곧 법이
며,법도 없고 법 아님도 없다.그러므로 이것이 바로 마음이라
제3권 전심법요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