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3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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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 없으며,모양이 없는 것으로 다시 모양이 없는 것을 얻을
              수 없다.또한 공함으로써 공함을 얻을 수 없고,도로써 도를 얻
              을 수 없다.본래 얻은 것이 없어서 얻은 것이 없음도 얻을 수
              없느니라.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얻을 만한 한 법도 없다’고
              하신 것이다.이는 다만 너희로 하여금 본 마음을 분명히 찾게
              하고자 한 것이다.
                당장 요달했을 때라도 요달한 모양을 얻을 수 없어서,요달함
              이 없는 모양도,요달하지 않음이 없는 모양도 또한 얻을 수 없

              다.이와 같은 법을 얻은 사람은 곧 얻으나,얻은 사람이라도 스
              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얻지 못한 사람이라도 또한 스스로 깨
              달아 알지 못한다.이와 같은 법을 예로부터 몇 사람이나 알 수
              있었겠느냐?그러므로 말하기를 ‘천하에 자기를 잊은 사람이 몇
              이더냐?’고 하였다.지금 한 기틀․한 경계․한 경전․한 가르
              침․한 세대․한 시기․한 이름․한 글자를 6근의 문 앞에서 알
              수 있다면,꼭두각시와 무엇이 다르겠느냐.한 이름․한 모양 위
              에서 알음알이를 내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온 시방
              세계를 다 찾는다 해도 이런 사람은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나

              는 감히 말하노라.그와 버금갈 만한 사람이 둘도 없으므로 조사
              의 자리를 이으며,또한 부처님의 종자라고 일컫나니,순수하여
              전혀 잡됨이 없느니라.그러므로 ‘왕이 부처를 이룰 때에 왕자도
              역시 따라서 출가한다’고 했는데,이 뜻을 알기가 매우 어렵느니
              라.다만 너희에게 아무것도 찾지 말도록 할 뿐이니,찾으면 곧
              잃어버린다.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산 위에서 한 번 소리를 질러
              메아리가 울리면 곧장 산 아래로 달려가지만 끝내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거기서 또 한 번 소리를 지르자 산 위에서 메아리
              가 울리면,그는 다시 산 위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이렇게 천생
              만겁을 소리를 찾고 메아리를 좇는 사람일 뿐이어서 허망하게






                                                       제3권 전심법요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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