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2 - 선림고경총서 - 01 - 선림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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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한 치를 가지고 끝없는 허공을 재려 하겠는가?분명히 너
              희에게 말하기를 ‘법과 법이 서로 다다르지 못하나니,법은 스스
              로 공적함으로써 그 자리에 본래부터 머물러 있으며,그 자리에
              서 스스로 참되다’고 하였느니라.
                몸이 공하므로 법이 공하다고 하며,마음이 공하므로 성품이
              공하다고 하며,몸과 마음이 모두 공하므로 법의 성품이 공하다
              고 하며,나아가 천 갈래로 다른 갖가지의 말들이 모두 다 너희
              의 본래 마음을 여의지 않은 것이다.지금 보리와 열반,진여와

              불성,이승과 보살 등을 말하는 것은 모두 누런 나뭇잎을 가리켜
              돈이라 하는 주먹과 손바닥의 비유에 불과하다.주먹을 펴면 천
              상세계와 인간세계의 모든 대중들이 모두 그 속에 아무것도 없
              음을 보게 된다.그러므로 말하기를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어
              느 곳에 티끌이 있으리오’라고 하였다.본래 한 물건도 없어서 3
              세(三世)역시 있는 바 없다.그러므로 도를 배우는 사람은 단도
              직입으로 이러한 뜻을 알아야만 된다.그러므로 달마스님께서 인
              도로부터 이 땅에 오시어 여러 나라를 거치셨지만,오직 찾아 얻
              으신 것은 혜가스님 한 분뿐이었다.혜가스님에게 마음의 도장

              [心印]을 은밀히 전하였으니,이는 너희의 본래 마음에 새기신
              것이다.마음으로써 법에 새기며 법으로써 마음에 새겨서,마음
              이 이미 이 같으며 법 또한 이 같아서 진제(眞際)와 같고 법의
              성품과 평등하다.법의 성품이 공한 가운데 누가 수기(授記)하는
              사람이며,누가 부처가 되는 사람이며,누가 법을 얻는 사람이겠
              는가?부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기를,‘보리란 몸으로 얻을 수
              없으니,몸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또 마음으로도 얻을 수 없
              는데,마음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성품으로도 얻을
              수 없으니,성품은 곧바로 근본원류의 자성이 청정한 부처[本源
              自性淸淨佛]이기 때문이다’고 하셨다.부처로써 다시 부처를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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