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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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적으로 명예를 흠모하는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었다면 항
            하의 모래알만큼의 세월 동안 온갖 선행을 열심으로 수행했어도

            훌륭한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그뿐만 아니라 도리어 허
            망을 좇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옛 사람들은 이처
            럼 참다운 본질이 없을까봐 근심했을 뿐,결코 명예를 얻지 못

            할까 근심하진 않았습니다.그것은 참다운 실상이 명예를 부른
            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천하 고금에 참다운 실

            상도 없으면서 명예를 얻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른바 주지(住持)라는 소임의 참다운 본질은 무엇일까요?
            멀리는 선불(先佛)의 가르침을 이어받고,가까이는 조사들의 교

            화방편을 지녔으며,안으로는 자기의 진성(眞誠)을 간직했고,밖
            으로는 인간과 천상(天上)이 의지할 믿음을 일으킬 수 있는 사

            람이어야 합니다.총명하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어리석다
            고 해서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또한 순종한다고 해서 사랑하
            지도 않고,자기 뜻을 거역한다고 해서 미워하지도 않으며 모든

            만물을 평등하게 자비로써 대해야 합니다.이것이 이른바 부처
            님을 대신해서 교화를 드날리고,높은 자리에서 스승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참된 실상입니다.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직위에서

            물러나 수행을 할지언정 구차하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혹 조
            금이라도 수단을 써서 참된 실상을 흉내내려 한다면,밝은 대낮

            에 반딧불처럼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성인께서는 참된
            실상만을 실천해야 된다는 것을 아셨습니다.참된 실상을 실천
            하는 것 외에 다시 무슨 명예를 생각하셨겠습니까?이것은 마치

            곡식과 비단을 많이 쌓아 두면 의복과 음식이라는 이름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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