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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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15


               “그대는 생각지 못했습니까?소임을 맡은 그때부터 따짐이
            시작된다는 것을.세상의 모든 이름은 까닭 없이 생긴 것이 없

            습니다.모두 실상이 있어서 생기는 것입니다.명칭과 그에 따르
            는 실상의 관계는 마치 물체와 그림자의 사이와 같고,옷감으로
            옷을 만드는 것과 같고,식량으로 밥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따

            진다는 것은 실상을 찾기 위함입니다.이것은 마치 그림자를 말
            할 때는 실제 형체를 찾는 것과 같으며,의식(衣食)의 명칭을 말

            할 때에는 반드시 실제 곡식과 비단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
            다.
               그래서 처음 주지라는 소임을 걸머질 때에는 반드시 우선적

            으로 깨달음의 바른 씨앗[正因]을 지녀,법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실다움이 있는가 없는가를 스스로 따져 봐야 합니다.그런

            실다움이 없다면 이것은 본체를 떠나서 그림자를 좇는 것이고,
            곡식과 비단을 버리고 의복과 음식을 논하는 것입니다.이렇게
            되어서 껍데기에 대한 말이 많으면 그 본질과는 더더욱 멀어지

            며,심기(心機)가 촘촘할수록 대용(大用)은 더욱 어긋나고,반연
            (攀緣)이 많아질수록 깨달음의 바른 씨앗[正因]은 더욱 없어집니
            다.이 껍데기에 대한 말을 빨리 버린다면 그래도 막을 방법이

            있겠지만,그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지옥에 이르
            고 말 것입니다.

               도대체 명예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숭상을 하는 것일까요?그
            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예 그 자체보다도 자기 자신[我]에게
            집착합니다.내가 있기 때문에 애견(愛見)이 발생하게 되고,이

            애견 중에 가장 심한 것이 바로 명예욕입니다.그러므로 명예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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