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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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그렇다면 그분들은 정말이지 근본[體]과 활용력[用]을 잃은
            분들이 아닐는지요?”

               나는 말했다.
               “그대의 질문은 매우 자세합니다.그런데 그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까?‘각자의 삼매(三昧)는 남이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내 허물만 커지지 않겠
            습니까?”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객과 마주보며 한바탕 웃었다.





               4.명예욕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저는 반평생이나 공적(空寂)한 도량에서 수행을 했는데도,
            명성과 영리의 세계로 감정이 쏠리고 있습니다.그래서 나를 돕

            지 않는다고 조물주(造物主)만 원망하던 차에 주지의 소임을 맡
            게 되어 기쁘게 이를 따랐습니다.그러나 이 주지라는 직책을
            걸머진 이래로는 도리어 그 이전보다도 편안하지 못하게 되었습

            니다.왜냐하면 모든 일의 잘잘못과 여러 대중들의 기쁨과 노여
            움이 모두 제 마음에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더구나 조금이라

            도 생각에 빈틈이 생기면 재앙과 욕이 몰려들었습니다.과연 옛
            날의 불조들께서도 이러셨겠습니까?”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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