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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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19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총림이 생긴 이래로 주지라는 소임에 대한 아름다운 명예는

            마치 허공에 걸린 과녁과도 같았습니다.총명하고 재능 있는 사
            람들은 한결같이 필설(筆舌)과 변론의 날카로운 화살을 그 과녁
            에 쏘아 댈 적에도 모두 참된 실상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그

            러고서는 과녁을 적중시켰다고 했으나,어찌 그렇다고 하겠습니
            까?교화가 잘되고 못되고,법도가 제대로 서고 못 서고 하는

            것이 명칭에 달렸겠습니까,실상에 달렸겠습니까?아마도 여기
            서 벗어나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5.나아가고 물러나는 처신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객승이 질문하였다.
               “그러면 나아가고 물러나는 문제는 어찌해야 합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4대(四大)육신 껍데기를 3계(三界)의 바다 가운데 띄웠으니,
            이것은 마치 드넓은 바다에 떠도는 한 알의 좁쌀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재빨리 나아가고 용맹하게 물러나는 일을 매일 천만리
            씩 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참으로 좋아하고 싫어하

            는 감정이 일정하지 않아서,공직에 나아가도 시빗거리가 되고
            물러나도 시빗거리가 됩니다.사람들은 긴 안목으로 지극한 이
            치를 살펴보지 못하고,걸핏하면 시비에 미혹되어 생각나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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