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123
山房夜話 下 121
게 홀로 서서 천지로도 그것을 가릴 수 없고,귀신도 엿볼 수
없는 것입니다.더 구분해 보자면,공에는 지공(至公)이 있고,대
공(大公)이 있으며,소공(小公)이 있습니다.지공은 도(道)이고,
대공은 교(敎)이고,소공은 행정을 잘하는 것[物務]입니다.
옛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새벽녘에 샛별을 보고 말씀하시기
를,‘기이하구나.모든 중생들이 다 같이 여래의 지혜와 덕상(德
相)을 구비하였구나’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성인과 범부가 신령함을 동일하게 받았다는 점을
밝히시고,무궁토록 전하게 하였습니다.바로 지공의 도는 여기
에 근원한 것입니다.이윽고 300여 회 동안 상대의 근기와 그릇
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가르쳤던 문자와 말씀은 산과 바다와 같
이 넓었는데,바로 대공의 가르침이 여기에 근본한 것입니다.부
처님의 교화가 5천축국(五天竺國)을 덮고,부처님의 광명이 중국
땅에 들어가고 나서는 절의 살림살이가 많아졌습니다.이것이
바로 소공으로서 살림살이를 잘하는 것[物務]입니다.
도가 아니면 교(敎)를 드러낼 수 없고,교가 아니면 살림살이
를 잘할 수 없고,또 살림살이를 잘 못하고서는 도를 널리 전할
수 없습니다.이 세 가지는 서로 의존관계에 있는 것으로서,모
두 불조성현의 본심에서 나온 공(公)인 것입니다.하늘이 온 세
상을 두루 덮어 주고,땅이 온 세상을 받쳐 주며,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고 봄이 모든 생물을 길러 주는 것은 대단히 지
극한 것입니다.그러나 우리 불조의 공(公)이 지극함과 두루한
것에는 비교가 되지도 않습니다.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습니
까?불조의 도(道)로 말하자면,원만함은 3계(三界)를 싸고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