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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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23


            바이면서도 스스로가 성현이 되려면 공(公)이 바로 지름길인 줄
            은 모르며,모든 사람들이 불조는 공경할 줄 알면서도 불조가

            되는 데에 필수적인 것이 공(公)인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공
            (公)은 본심과 한 터럭만큼도 간격이 없습니다.그래서 성인께서
            는 지공(至公)의 도를 그대로 가리켜 중생의 마음을 밝히고,대

            공(大公)의 교(敎)를 베풀어서 중생의 마음을 비췄으며,소공(小
            公)에 해당하는 살림살이[物務]를 베풀어 중생의 마음을 바로잡

            으셨던 것입니다.마음과 공(公)은 비록 그 명칭은 서로 다르지
            만 그 본체는 동일합니다.
               그러나 공(公)의 이치는 일시적인 미봉책으로써 실현되는 것

            도 아니며,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며,더구나 인위적인 조작으로
            되는 것도 아니어서,갖가지 망정과 허위를 떠난 올곧은 도입니

            다.아주 진실한 마음만이 이 도에 계합될 수 있으며,조금이라
            도 사량분별에 끌려가면 공(公)이 될 수 없습니다.그래서 성현
            은 도를 수행할 때에 조금도 위의 사실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마음[心念]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도 사량분별을 빌리지 않고 완
            전히 지공무사해서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납니
            다.

               세속에서 그 공(公)을 속이는 자들은,그 공(公)을 속이는 것
            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다.마음은

            속여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면,움
            직이든 고요하든 공(公)은 저절로 밝아질 것입니다.이렇게 하여
            교(敎)와 도(道)를 통달하고,나아가 살림살이를 하는 것까지도

            모두 공(公)에 어긋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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