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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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합니다.”
               객승이 또 질문했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바로잡는 데는 상벌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은 없다고 들었습니다.은혜가 없으면 상을 내릴 수 없
            고,위엄이 없으면 벌을 줄 수가 없습니다.스님의 말씀은 보통

            세상의 물정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사찰의 살림살이를 책임
            진 스님이 혹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위엄을 부

            리지 않으려 하나 그것이 되겠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분명하고도 엄연한 인과의 법칙이 실로 그대의 몸에 있습니

            다.성현께서 후세에 보여주신 모범을 누구라서 감히 바꿀 수가
            있겠습니까?위엄을 부려도 뉘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습

            니까?그것은 오히려 나 스스로가 도덕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제 스스로 도덕을 실천하여 지성(至誠)이 안팎으로 충
            만한데도,다른 사람들이 그를 믿고 추종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듣질 못했습니다.그런데 무엇 때문에 위엄을 부리고 그러겠습
            니까?
               또 세상에는 임금님이 위엄을 부리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횡포를 부리며 악을 행하는 자들은 그 위엄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그러면 이렇게 되는 것이 모두 위

            엄이 악한 자에게 미치지 못해서 그러했겠습니까?실로 도덕이
            자기 몸에 충만하지 않은데도 직위에서 물러나 수양할 것은 생
            각하지 않고,도리어 위엄과 권세를 가지고 군림하려고만 애쓰

            는 자들이 있습니다.그들이 설사 지금은 재앙을 받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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