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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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수만 가지 금성옥진[玉振金聲]이 어찌 반드시 우화당과
            수미좌에서 한 것이겠습니까!

               도만 깨우친다면 비록 바위굴 속에서 명아주풀을 먹고 살더
            라도 분명히 여러 대중들에게 바른 가르침을 줄 것입니다.그러
            나 깨닫지 못하면 호사스럽게 좋은 옷을 입고 매우 존엄하게 큰

            법상에 올라가,질문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그에 대한 대답이 병
            속의 물을 쏟듯이 막힘 없이 줄줄 나온다 해도 말만 많아지고

            뽐내는 마음만 더욱 늘어날 뿐입니다.세정(世情)에 아첨하여 세
            속의 풍속을 좇으면서도 스스로 말하기를,‘불법을 설하여 만 중
            생을 이롭게 하며,부처님을 대신해서 교화를 한다’라고 하니,

            이런 사람은 정말이지 내 알 바 아닙니다.”





               11.깨달은 스님마다 그 행적이 왜 다릅니까?




               객승이 질문하였다.
               “옛 사람들은 종지를 체득한 뒤에는,혹 외로운 봉우리에서
            홀로 머무르기도 하였고,혹은 시장바닥으로 들어가 포교하기도

            했으며,혹은 제 마음대로 교화의 방편을 펼치기도 했고,혹은
            오로지 불조(佛祖)의 정령(正令)만을 다루기도 했으며,혹은 문

            전 가득히 제자들을 제접하기도 했으며,혹은 아무도 만나지 않
            기도 했으며,혹은 자취를 끊고 은거하기도 했으며,혹은 명성이
            온 천하에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으며,혹은 직접 세상의 환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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