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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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잊으신 것입니다.그러한데 무슨 외호(外護)를 받으려고 억지
            로 애를 썼겠습니까!

               자기 자신이 도덕을 함양하지 못했는데도 국왕이나 대신이
            정성껏 대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그렇게 되면 세상의 어리석
            은 스님들은 자기 자신의 도덕이 어떠한지는 되돌아보지도 않

            고,그저 영화와 총애만을 얻으려고 권세 있는 집의 문턱을 드
            나들면서 외호 세력을 찾습니다.그러다가 그 일이 잘 안 되기

            라도 하면 원망과 탄식을 입밖에 내고 우울하고 성난 기색을 얼
            굴에 보였다가 끝내는 재앙과 치욕을 당하고 맙니다.어찌 도를
            수행하는 자가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9.사찰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 객승이 물었다.

               “혹시 사찰[僧園]의 경제적인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면,
            몸을 돌보지 않고 노력하여 보완해도 되는지요?”
               나는 대답했다.

               “모든 약(藥)은 반드시 훌륭한 의사의 문으로 모이게 마련이
            고,돈은 큰 상인의 점포로 투자되게 마련입니다.나무가 무성하

            게 자라면 산새들이 모여들고,연못에 물이 가득하게 차면 달빛
            이 찾아드는 것입니다.옛날 설산(雪山)의 부처님께서는 만승(萬
            乘)의 부귀영화도 모두 버리시고 6년 동안 춥고 배고픈 고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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