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32

30


            게 흉내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영명스님께서는 또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을 저술했는데,
            그 내용이  종경록 의 학설과는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저술한 책인데도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는 이

            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은 모든 선(善)의 근본입니다.  종경록 에서는 여러 선
            (善)을 모아서 한 마음으로 귀결시켰고,  만선동귀집 에서는 한
            마음을 풀어 여러 선(善)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그 말고 펴고

            벌리고 합친 것이 상통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영명스님께
            서 그렇게 하신 까닭은,아마도 참선한다는 사람들이 깨닫지도

            못한 채 만행을 무시하는 태도를 막고,아울러 선가(禪家)에서는
            만행을 두루 통괄하지 않는다는 3장(三藏)교학자들의 비난을
            막으려 했던 것입니다.그러므로 자세하게 설명한 것이지 함부

            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고금을 통하여 많은 스승들이 있지만
            영명스님말고 누가 또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선가(禪家)에서도 여러 가지의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나
            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달마스님의 문하에서는 자기의 마음을 깨달아 밝히는 것만
            을 으뜸으로 여길 뿐입니다.이 마음이 밝혀지기만 하면,갖가지

            의 수행을 한다느니,아니면 안 한다느니 하는 것조차 따질 것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