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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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31
도 없습니다.혹 수행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수행하는 주체와
또 수행의 대상에 전혀 얽매이지 않습니다.반대로 수행하지 않
는다 하더라도 정(情)에 휘둘리어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는 등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이 마음의 정체를 확연히 알지
못하면 수행을 하고 안 하고는 똑같이 허망한 이름뿐입니다.참
선하는 이 납자들은 마음 밝히는 일을 무엇보다 으뜸으로 삼아
야 합니다.만행은 그런 뒤에 해도 되는 것입니다.”
6.선종에도 깨달음의 단계가 있습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 화엄경 에서 말하는 10지(十地)의 단계와 선(禪)은 어떤 관
계인가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10지의 단계에 올라가야만 신통을 부리는 성인이 된다고 들
었습니다.부처님은 깨달음의 입장에서 10지의 등급을 나눈 것
입니다.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말씀하시기를 ‘10지(十地)도 허공
을 나는 새의 발자취와 같아서,본래가 공(空)하다’라고 했습니
다.무릇 대승보살 치고 10지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이가 없습
니다.그렇다고 그것만을 굳게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달마스님은 오직 견성(見性)이 성불(成佛)이라고 말했을 뿐
그 밖의 인과나 지위,닦는 사람과 받는 국토에 대해서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