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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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47


            있을 뿐,실로 사람들에게 사량분별이나 증진시키고 그저 이야
            깃거리의 밑천이나 삼으려고 공안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장로(長老)라는 뜻은 즉 총림(叢林)이라는 관청의 최
            고 관리자이며,  전등록 에 실려 있는 말씀은 선풍을 드날릴 묘
            안들을 기록한 공문서입니다.옛 사람들이 혹은 제자들을 지도

            하거나 혹은 대문을 잠그고 수행에 정진하던 여가에,틈틈이 평
            석하거나[拈],판단하거나[判],노래하거나[頌],다른 논지를 펴거

            나[別]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 바로  전등록 입니다.어찌 보고
            들어 따지는 죽은 지혜만을 증장시키고,끝내는 눈밝은
            고승대덕 스님들에게 대들어 실력을 겨루려고 한 말씀이

            겠습니까?이렇게 한 이유는 대법(大法)이 장차 피폐해지
            는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방

            편을 자세하게 베풀어 후배들의 지혜의 안목을 열어 주
            고,그들로 하여금 모두 본래의 진면목을 깨닫게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공(公)이란 뜻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주장을 개입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며,안(案)이란 뜻은 기필코 불조(佛祖)의
            깨달음과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그러므로 공안

            (公案)이 풀리면 번뇌의 알음알이[情識]가 사라지고,번뇌
            의 알음알이가 사라지면 생사의 굴레가 공(空)해지고,생

            사의 굴레가 공(空)해지면 불도(佛道)를 이룰 수 있습니
            다.위에서 말한 ‘불조(佛祖)의 깨달음과 동일하게 만들겠
            다’라는 뜻은,중생들이 생사의 번뇌 속에서 제 스스로 꽁

            꽁 묶여 풀려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부처님과 조사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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